'석션이 의료행위라면서 왜 간호사가 안 하고 내가 해야 하는 거지?'
처음 보호자로 병원생활을 시작할 때 석션 하는 것을 쳐다보는 것도 편치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입원해 계실 때 기관절개술을 권유받았고, 경황없는 와중에 의사가 '저희 어머니라면 수술합니다'라는
말에 엄마가 편안해지는 거라면 해야지. 믿고 수술을 했다.
그 후 가래가 올라올 때마다 카테터줄을 엄마목 안으로 집어넣어 흡입시켜 배출시키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셕션기 모터 소리도 크고 흉측했고, 엄마의 몸 안에 뭔가를 넣는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그 석션을 간호사를 부르던가 보호자가 하셔도 된다고 완곡히 말하는데, '그러렁' 거릴 때마다 빨리 빼야 하는
가래를 간호사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위한 건데 못할게 뭐가 있냐!라는
심정으로 하게 된 석션이다.
물론 지금은 엄마 바로옆에서 엄마가 "커억" 하자마자 우리가 하는 게 제일 신속하고, 다년간 경험으로 엄마에게
가장 알맞은 깊이로 부드럽게 석션을 제공할 수 있어서 우리가 석션 하는 게 오히려 안전하고 편안해졌다.
하지만 기관절개술 후 가래는 오히려 더 생기는지 입원 전 가래라고는 별로 상관없었던 엄마이다.
감기 걸린 후에 나 감기후유증으로 며칠 가래로 고생하는 모습 외에는 가래와 거리가 멀었던 엄마가
가래배출을 위한 석션을 하루에 평균 25~50여 회를 하신다. 그것도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더 심해지고...
그 의사 석션환자를 돌봐본 적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병원에 보호자 입장으로 들어가서 생활하다 보면 여러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병원도 또 작은 사회인지라 위계질서도 보이고 고마운 사람들도 생기고, 눈살을 찡그리게 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그러나 사람군상이야 불변의 법칙처럼 어디에나 나랑 안 맞는 사람들은 꼭 있기 마련이지만, 의료시스템에
대해서는 병원생활이 길어질수록 의문이 드는 것이 많아진다.
아침에 회진도는 담당교수는 왜 환자들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 걸까?
홍학의 군무처럼 갑자기 획 몰아져 병실에 들어와선 무심히 몇 마디 하곤 갑자기 획 다 같이 일사불란하게 빠져나간다.
의료진이 들어온 순간 시선이 쏠리고 궁금해하며 다 같이 쳐다보느라 병실이 순간 조용해지는데, 잠시 후 동일한 동작으로 빠르게 퇴장하면 병실 여기저기서 다시 삶의 소음들이 다시 시작된다.
오늘도 담당교수는 엄마를 쳐다도 안 보고 주치의의 짤막한 설명을 들으며 몇 마디 하곤 그냥 가버린다.
환자를 봐야지 환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차트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주치의 설명만 듣곤 한마디 내뱉은 말이
'잘 주무셨나요... 네...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밤새 환자옆에서 환자상태만 지켜보며 답답해하던 보호자 입장에서는 허탈하다.
전날 침대시트에 핏방울 묻혀가며 피도 뽑고, 침상 옮겨가며 엑스레이도 찍고 먹은 량과 배설량 체크를 위해 기저귀
갈 때마다 부지런히 무게 재서 차트에 체크하며 궁금한 게 많았었는데.... 좀 더 지켜보자는 말만 며칠째 계속 듣는다.
뭐라도 달라진 상황이 있나? 엄마상태에 대한 원인과 대책에 대해 기다리던 보호자입장에서는 너무 바쁘다는 티를
팍팍 내며 가버리는 의료진들 태도에도 늘 아쉽고 화도 난다.
병원에 제일 많은 병실이 5~6인실이다.
장기입원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병실비용이 제일 부담이 된다.
그래서 일단 입원은 병실이 비는 곳으로 먼저 입원하더라도 다인실이 아니고 특실이나 1~3인실로 가게 되면
간호사실에 먼저 이야기한다. 다인실 중 퇴원환자가 나오면 먼저 자리 옮길 수 있게 해달라고.
그래서 병원생활은 주로 5인실에서 하게 된다.
5인실 병실은 인정머리라곤 쥐뿔도 찾아보기 힘든 이 이기적인 인테리어병실에서 그나마 자연를 느낄 수 있는
햇살마저도 창가 쪽 침대사용자가 커튼으로 꽁꽁 막아버리면 낮이 낮이 아니고 환기도 안 되는 폐쇄병실이 된다.
모든 환자들이 좀 더 건강해지려고 들어온 병원인데 병실환경이 환기도 잘 안되고, 햇살도 가려서 낮에도 침침하다.
아침, 저녁 환기할 수 있을 때 환기를 필수적으로 하고, 커튼은 사생활침해가 되는 상황에서는 커튼을 쳐야 하지만
그 외 시간에는 낮동안 만이라도 커튼을 열어서 병실에 햇살이 들어오게 하는 게 위생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거 아닐까?
환자 대부분이 다인실 별실에서 생활한다. 다인실 병실의 환경이 환자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너무 당연한데,
간호사실에 건의해도 창가쪽침대 사용자권한이라는 답변에 정말 이해가 안 됐다.
빨리 나아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게 병원의 목적 아닌가? 환자와 의료계의 목적이 다른가?
이렇게 투약과 처치만을 최우선 목적으로 한 환경과 시스템이 환자들을 위한 환경일까?
그러니 없던 병도 병원 가면 생긴다는 말이 나오는 거지....
엄마가 운 좋게 창가 쪽 침상으로 입원하게 되면 같이 한방을 쓰게 되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먼저 물어본다.
"커튼 열어놓을까요?
저희는 되도록 커튼을 열어 햇살이 들어오게 할 테니 언제라도 하늘이 보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병원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활하는 곳이다.
엄마 병원이력에 대해서도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는지 물어보기도 하며 혼자 입원한 분들에겐
식사 후 식판 내놓은 사소한 거라도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한다.
다 같이 사용하는 병실이 좀 더 나은 환경과 밝은 분위기의 기운이 흐르면 제일 먼저 아프신 엄마도 그 기운을 느끼신다.
어쩔 땐 병실의 이야기 소리에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를 발견하기도 한다.
병원 짠 밥이 쌓이고 쌓이면서 나 스스로도 많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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