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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신 부모님과 잘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벌레

by momhealer 2024. 7. 2.

"엄마! 엄마~~~~~!"

저 목소리톤과 절박함에서 단박에 알수 있다. 

엄마를 찾는 이유. 나도 처음부터 이렇치는 않았다.

나에게도 아빠가 있었을때 나도 아빠를 저 목소리톤으로 절막하다는 듯 아빠를 찾았다.

 

날씨가 풀리면서 굳게 닫혀 있던 창문을을 열어놓고, 숲세권에서 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새벽녁의 차가운 공기와 아침나절의 분주한 새소리.

작은아이 방은 바로 외벽이라 창문을 열어놓으면 졸졸흐르는 물소리도 퍽이나 운치가 있어서 내 최애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창문을 열어 놓고 책상의 스텐드불 하나에 의존해 독서를 하면 이 우주에

물소리와 나와 책만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러다 점점 여름으로 다가갈수록 내 평화로움을 방해하는 적들이 진격해 오기 시작했다. 

방충망을 뚫고 들어오는 작은 벌레부터 어떻게 들어 왔는지 꽤 등치가 나가는 나방류까지  집안으로 진격해 들어와

힘차게 등불에 부딧치며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엄마! 엄마~~~~!"

벌레를 잡는것은 당연하다는 듯 엄마의 정체성으로 등극해 있었다. 

작은벌레야 어떻게 잡겠지만 등치가 있는것들은 나도 징그럽다. 큰아들은 자기는 벌레를 못잡는 사람이라며 자기를 정의해 놓았고 작은아이는 길을 걷다가 하루살이나 날파리들이 날아다는는 것도 극도로 싫어하더니 이제 산책을 나가기도 싫어한다.

 

엄마를 모시고 있는곳은 전원주택이기에 밤이건 낮이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벌레들이 등장해 소동을 피우곤 한다.

이놈들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본인들의 목적에 맹목적이라 새벽이건 한 밤중이건 등장하는데, 사람이 활동하는

시간대야 내 당황스러움과 놀라움을 당당하게 표현하며 아빠를 부르지만,  다 잠이드는 시간에는 참 난감하다.

노쇠한 몸으로 새벽녁엔 뒤척거리는 아빠를 깨우기에는 나도 죄송해서 이리 저리 고민도 하지만 결국 어쩔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아빠를 조심스레 흔든다.

그럼 아빠는 곤히 주무시다가도 곧 정신을 추수리고는 무슨 상황인지 안다는듯 나무라거나 싫은기색 없이 주섬주섬 일어나서 그 징그러운것을 치워주시고는 다시 잠자리에 몸을 누이셨다.

나에게도 아빠는 벌레가 나오면 당연히 아빠가 처리해 줘야 하는 사람이였다.

  어렸을때 아빠는 우리가 극도로 싫어하는 거미나 돈벌레를 한방에 잡아주셨다.그러곤 구석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를 향해 잡은 벌레를 들고 "워이~~" 하고 꼭 장난을 걸고 우리들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꽥 소리를 지르고 도망을 쳤다.

그모습에 아빠는 씨익 웃으며 그때서야 벌레를 응징했다. 그리고 그런 아빠의 장난은 자연스레 손자, 손녀에게로 

넘어갔다. 그 손자, 손녀도 다 커서 그런장난은 어느새 사라졌지만 다 큰 우리도, 손자, 소녀도 벌레만 나오면 아빠를 찾았다. 나는 벌레를 못잡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 해주기에 안해도 되는 사람이였던 것이다.

이제는 집안으로 벌레가 진격해 오면 마땅히 최전선에서 방어와 공격을 해야 하는 사람. 엄마인 것이다. 

아빠도 엄마도 상황이 그러했기에 했던것이였을뿐 당연히 그래야 하는 사람은 아니였음을 나이 반백이 넘어가서야

알게 된다. 

왜 당연하다 생각했을까? 

그때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상황들을 내가 접하게 되면서 깨닫게 된다.  보호받고, 사랑받고 있었음을 ....

나의 엄마와 아빠도 보호받고 사랑받고 싶으셨으리라는 것을....

벌레를 잡으며 가슴이 먹먹해 앉아있는데 막내가 눈치를 보며 말한다.

"엄마!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