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아프신 부모님과 잘 살고 있습니다.

비상사태 중증환자 재가환자 간병 코로나

by momhealer 2024. 2. 17.

황규백 판화

 

유튜브를 보다 한국을 떠나는 한 외국인이 올린 이야기가 나왔다.

캐나다, 중국, 한국, 일본등에 살았으나 한국에 깊은 애정을 갖게 된 계기를 코로나 때 한국인들은

타인을 위해서 마스크를 쓰고 힘든 시간을 그 어느 나라보다 잘 버텨온걸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는....

 

주 간병인이던 둘째 언니가 강의를 다녀온 다음날 일어나더니 감기 걸린 거 같다고.. 그런데 폐가

너무 아프다 해서 병원에 갔다. 그리고 받은 결과는 '코로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도 아니고, 강의만 다녀왔는데....

여행 갔다 온 후 감기로 일주일 동안 콜록거리는 큰언니가 젤 의심스러워 코로나 키트 기를 사 왔으나

검사하지 않겠단다. 뭐 일주일이나 지났고, 코로나라고 해서 딱히 할 것도 없다고......

5일간의 큰언니 여행기간 동안 다른 식구들이 더 간병시간을 내야 했지만 주 간병인인 둘째 언니가 더

힘들었을 거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감기로 콜록거리는 일주일 동안 큰언니는 엄마 돌봄에서 열외 되었기에

둘째 언니의 간병시간은 큰언니가 돌아온 후에도 더 줄지 않았고 늘 엄마옆에서 선잠을 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면부족이 만성인 둘째 언니가 쉽게 감염될 수도 있었을 거라 짐작이 된다.

일단 둘째 언니를 우리 집에 격리시키고, 일주일을 어떻게 시간조정을 해야 하나 고민한다.

 

둘째 언니 대타로 엄마 곁을 지키는데 밤새 엄마 석션이 아주 양호했다.

내가 엄마옆에서 자는 날 중 최고로 석션을 안 한 날이다. 어느새 잠들었었는지 놀라서 깨어 시계를 보니

두세 시간이 흘렀다. 

"엄마... 괜찮아?"

벌떡 일어나 엄마얼굴을 살폈다. 내가  깜빡 잠들어서 석션소리를 못 듣기라도 하는 날이면  엄마 얼굴이

편하지 않고, 찡그린 상태인데 평온하다. 엄마도 깊이 잠든 듯 주름도 펴진 채 숨소리가 고요하다. 

"와~~ 우리 엄마!  2시간을 버텼어? 대단한데..... 이거지.... 엄마 이렇게 석션 횟수를 줄여가다 보면 곧 

엄마목소리 듣게 되겠는걸" 즐거운 상상을 하며 기분 좋게 엄마 아침준비를 한다. 할 일이 많다.

기관절개술 한 곳에 드레싱 하고, 내관도 갈고, 얼굴도 닦고...

몸도 풀고.. 기저귀관리 후 휠체어로 이송한다.

식전약 먼저 챙겨드리고 경관식 식사를 했다. 평소 2시간 정도 걸리는 식사 시간.

시계를 보니 2시가 다 되어 간다. 식사 후 아침약 챙겨 드리고 주방에 다녀왔는데, 엄마 얼굴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어~~ 엄마 힘들어?" 얼른 땀을 딲이 드리는데 숨이 거칠다. 입도 쩝쩝 삼키듯 꿀꺽꿀꺽 하시더니

가래도 그렁거린다. 얼른 석션 준비를 하는데.... 울컥..... 밥을 토하신다.....

비상사태. 빨간불이 켜진다.

토한 경관식밥을 얼른 닦고, 석션을 한다. 기관지 석션하고 입안도 하고...

여러 번 번갈아 가면서 하는데 카테터줄에 나오는 식염수 색깔이 누렇다..... 아... 폐로 넘어가면 안 되는데....

엄마 상태가 이상하다. 침대에 누워서도 변을 계속 지리고 힘도 없고, 반응도 느리다....

힘없이 변을 계속 지리고 산소포화도는 90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일단 산소를 공급하고, 상태를 지켜볼 수밖에...

열은 없는데... 밤새 힘이 없어서 석션이 준 건가....

변을 너무 많이 지리니 엉덩이 살이 자극을 계속 받아서 성난 것처럼 부었다.

물로 살살 닦은 오면 또 변을 지리고....

이런 상태가 처음도 아니고 그때마다 잘 넘겼으니까 이번에도 잘 넘길 수 있을 거야. 힘을 내 본다.

엄마상태가 안 좋아지면 늘 최후도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상황에 집중하자. 분명 해결책이 있을 거야...

이틀 엄마옆에서 밤을 보내고, 집으로 내려왔다. 집에는 언니가 격리 중.

언니 먹을 국거리랑 반찬거리 준비하는데 남동생 호출이다.  엄마가 안 좋다고..... 

초점을 못 맞추는 엄마. 손가락들을 꾹 누르니 느리지만 반응은 하신다. 

그나마 다행. 놀랜 동생 진정시켜 쉬라고 보내고 엄마 옆에 앉았다.

둘째 언니 코로나로 격리하고 엄마를 돌보는 일을 남동생이 주로 담당하게 되니 힘들 텐데.. 엄마를 꼼꼼하게 잘 돌본다

우리 형제들 중 둘째 언니와 남동생은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고 고통감응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아니 엄마가 아프신 후

새롭게 부각된 능력인가?

엄마 자세변경 시 다리위치나 팔 자세 잡고 지형지물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불편해 보이는 걸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이렇게 저렇게 자세 잡는 거나 엄마의 얼굴표정이나 상태에 대해 그 어떤 의료진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민감하게 알아

체고 반응한다. 또 엄마가 힘들어하는 걸  본인들이 더 못 견뎌한다. 

이틀정도 지나자 엄마 상태가 그나마 편안해지셨다. 변도 좋아지고, 반응도 괜찮고, 산소포화도도 97%로 올라갔다.

낮에 등에 난 고름을 드레싱 하러 온 가정간호샘이 엄마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말한다.

설사도 코로나의 증상 중 하나라고... 어머니도 코로나 감염이었을 수 있다고.....

엄마도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음성이다. 자가진단이라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한시름 놓는다. 

중증환자가 있는 집은 늘 조심스럽다. 개개인의 생각보다 그 누구도 감염자일 수 있기에 집에 오면 먼저 씻고 엄마를 봐야 하고 감기기운이 있으면 마스크도 알아서 쓰고 개인위생에 더 신경 써야 한다.

한 사람의 예외가 모든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에 다 같이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로 온 국민들이

습득한 사실이다. 

간병을 하면서 여러 번 식겁하게 되는데, 둘째 언니도 없는 상태에서 더 긴장했다.

힘들면 짜증이 나는 것이 당연한데, 늘 엄마옆에서 힘들어도 웃을 줄 아는 둘째 언니는 보살인가 보다. 

 

올해는 이 사건이 첫 타자로 등극했다.

 

아~~ 엄마 석션이 좀 줄어들고, 기관절개술한 것도 기구를 제거하는 그날이 오면 고운 우리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텐데.... Thoughts are things!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