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내가 엄마랑 같이 자는 날이다.
하루종일 엄마를 혼자 돌보고 있을 둘째 언니를 생각하며 서둘러 일찍 퇴근했다.
중간에 남동생과 만나 엄마집으로 가니 언니가 엄마침대 위로 올라가 기저귀를 갈고 있다.
머리는 쭈빗쭈빗 나온채 입을 앙 다물고 정리하는 언니를 보니 하루가 어떠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엄마~~ 미라니왔어요. 잘 지냈어? 언니 내가 할테니까 그만 쉬여~~"
대신 언니가 대답해 준다.
"울 엄마 오늘 눈도 잘뜨고, 컨디션 좋아. 아까는 똥기저귀 가는데 똥을 옮기다 똥이 똑떨어져,
엄마~~ 똥 떨어졌어! 하니 엄마가 웃어서 같이 한참 웃었어~~ 음~~ 울 엄마 너무~ 이뻐" 하며 엄마 엉덩이를
톡톡 두리들며 입술에 뽀뽀를 한다.
몸이 힘들어도 저런 마음이니 언니가 5년동안 엄마옆에서 또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겠지....
엄마도 걱정했던것과 다르게 집으로 오신 후 오히려 다른 합병증 없이 잘 지내시는 거는 옆에서 사랑으로 감싸는
둘째언니의 그 마음이 전달되어 잘 계시는 거니 서로 주고받는 상생의 기운이 느껴진다.
오늘은 저녁 드리기 전에 목욕을 하기로 했다.
엄마 목욕은 남동생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집에 큰언니는 없고, 우리셋이 있으니 목욕침대로 이송도 우리 셋이서 해야 한다.
엄마를 목욕시키기 위해 기관절개술 [기관절개술(氣管切開術, tracheotomy)은 기관과 그 위의 살갗을 절개한 다음 절개된 구멍으로 공기를 들여 숨 쉴게 만드는 수술이다.]한 부위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방수테이프로 붙이고, 목에 넥밴드도
평상시 차고 있는 스펀지에서 면줄로 교체해야 한다. 준비를 끝내고 탈의까지 하는데 대략 30여분.
이동시트에 엄마를 옮긴 후 시트를 3~4명이 들어서 욕실 목욕침대로 이송해야 한다.
목욕도 중요하지만 이동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인을 방지하며 조심히 움직여야 한다. 오늘은 여자 2명에 남자 1명.
합을 맞춰서 욕실로 들어간다. 일손들이 척척 맞는다.
남동생이 엄마를 따뜻한 물로 씻기는 동안 나는 엄마방을 정리한다. 침대에 커다란 목욕 타올를 깔고, 침구를 정리하고
석션통과 카테타, 식염수를 들고 들어가니 자연의 소리를 틀어놓고 남동생이 활기차게 엄마를 쓰으쓱 닦아드리고 있다
얼굴과 머리는 주로 내가 살살 닦아드리고, 남동생은 샤워기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시원하게 마사지하듯 목욕을 한다.
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목욕시간.
엄마의 얼굴도 발그스름해지고, 우리의 옷도 다 젖을 때쯤 목욕이 끝난다.
다시 셋이서 합을 맞춰 엄마를 침대로 옮기고 남동생은 욕실의 목욕배드와 사방에 튄 물들 과 각종 물건들을 정리하고
둘째 언니는 기관절개술한 곳 먼저 살핀다. 물이 들어가지 않았는지,젖은 넥밴드와 방수테이프를 떼고 알콜면봉으로
잘 닦아낸후 처치부터 한다. 몸 곳곳에 로션과 오일을 바르고 습진이 생길만한 곳에는 물기를 더 꼼꼼히 닦은후 적외선
온열치료기를 켜서 쬐어준다.
그리고 나면 한숨 돌릴시간이 된다.
목욕을 하고 난 엄마의 얼굴은 참 평온하고 이쁘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종일 놀고난후 깨끗이 씻겨서 한놈한놈 방으로 들여보내고 로션까지 바른후 잠옷으로 갈아 입히고
나면 아이들 몸에서 나는 향기와 보들보들한 감촉이 참 좋았다. 잠들때까지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거나 꼬물꼬물하다가
하품을 하며 잠드는 모습이 참 뿌듯하고 보기좋았는데, 그때 기분이랑 비슷하다.
하루를 온전히 정리하고 배부른듯 만족스런 느낌!
처음 엄마를 집으로 모신후 엄마목욕은 둘째언니랑 나랑 또는 간병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했었다.
그러다 몸에 무리가 오면서 나는 피부습진으로 고생을 하고, 둘째 언니도 늘 육체적으로 과중하다 보니 어깨는 오십견으로 고생하고 손목과 무릅에는 물이차서 정형외과에도 자주 다니게 되고 그래도 차도가 없어서 둘이서 침맞으러 한의원에도
자주 들락거리면서 차츰 남동생이 엄마 목욕을 전담하게 되었다.
보호자들이 건강을 관리하고 근육을 키워야 환자도 돌볼수 있는데 머리로는 알면서 여건이 안된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몸상태는 살피지 못한다. 비행기가 비상시에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면 보호자 먼저 착용하고, 자녀는 그 다음에 챙기라는
이야기가 몸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오늘도 목욕을 끝내고 욕실에서 목욕침대를 가지고 나가며 남동생이 앓는 소리를 낸다.
'에고~~허리야......'
'살살해~~~' 말을 하면서도 살살이 되는가
힘닿는데로 하게 되는 일인것을.....
모든 집에 남자형제가 있다고 다 이렇게 하지는 않을텐데...우리 엄마가 뿌리신 사랑이 되돌아 가는것이니
엄마가 복을 많이 지으신건가? 남동생이 있어서 참 든든하고 다행이다.
내 핸드폰에 남동생은 이렇게 저정되어 있다.
'이쁜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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