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나와 내 동생 나아주시고, 사랑과 기쁨으로 길러주셨네~~'
<우리 어머니>라는 동요를 심심치 않게 엄마 돌보며 부르는데, 오늘은 특히나 이 노래가 와닿는 날.
우리 엄마는 3녀 1남을 차례로 낳으셨는데, 막내가 아들이다.
시골에 계시는 친정할머니가 득남했다는 소식에 시골에서 상경하시면서 한복치마를
거꾸로 입고 오셨다는 이야기는 우리 집 야사 중 하나다.
그 귀한 남동생이 엄마 돌봐드릴때 힘써야 하는 온갖 일들을 도맡아서 한다.
엄마 목욕시키기, 휄체어 이송하기, 볕 좋은 날 엄마이불 ( 커다란 이불부터 다양한
사이즈의 이불들과 담요에 각각 용도의 베개와 체위변경쿠션까지 대략 30여 개가
넘는다) 널고 털기 등등.
엄마가 식사하시는 경관식은 엔커버 400ML와 하모닐란 500ML를 번갈아 가며 드시는데, 수량이 이틀밖에
안 남았다. 이건 대란이다. 밥이 떨어지다니....
한 상자가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것이 들어 있는 상자였다. 일단 병원에 전화를 해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지금 하모닐란이 입고가 중단된 상황이라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약국에 없을 수도 있다고 한다. 다음진료까지는 2주
정도 남았지만 경관식을 사려면 대리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
제일 빠른 예약 가능한 날이 다음날이고 그다음은 다음 주나 돼야 예약이 가능하단다. 큰언니는 5일 동안 해외여행 중이고, 둘째 언니는 내일이 강의 가는 날이고, 결국 남동생 말고는 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일단 가장 빠른 시간대로 예약을 잡고
남동생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부탁을 했다. 늘 가는 대형약국에 전화를 하니 엔커버 400ml도 수급상황이 안 좋아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다행히 하모닐란은 500ml가 두상자 정도 있다고 한다. 내일 처방전 가지고 갈 테니 한 상자(5일 수량)만 남겨달라고 부탁해 봤으나 처방전을 가지고 와서 얘기하란다.
입으로 식이 섭취가 곤란한 환자들이 먹는 경장 영양제. 환자들의 밥이다.
경관식을 해야 하는 환자의 식사가 수급사정으로 밥을 못 구하면 환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울컥 올라온다.
19년도에도 엔커버와 하모닐란이 모두 품절된 상황이 있었다.
'하모닐란'은 영진약품에서 독일 비브라운社에서 완제 수입되는 경장 영양제품이고 '엔커버'는 JW중외제약이 일본 오츠카
제약으로부터 도입한 품목들이다. 19년 5월 JW중외제약의 엔커버가 허가변경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급이 중단되면서 수혜는 하모닐란이 입게 되었지만 문제는 수요량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두 제품 다 품절사태가 발생했다.
중증환자들이 복용하는 품목이니 만큼 일선 의료현장은 물론 환자가족들은 발만 구르는 상황이었다.
'뭐 굶으라는 건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지?' 대책이 가능한 상황을 이렇게 되기까지 그냥 있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엔커버와 하모닐란 품절, 수급 불안정이 공론화되며 "나눠달라", "항의하고 싶다" 등의 격앙난 목소리가 나왔었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일단 제일 빠른 시간대로 예약을 잡고, 내일은 7시 30분에 내가 엄마집으로 올라가면, 남동생이 언니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고( 모든 전원주택의 단점. 대중교통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병원으로 출발. 약국에서 가능한 만큼 수량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수급되는 대로 받아야지.....
중간중간 엄마 식사는 만들어서 드리는 걸로 하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거야.....
집에서 가끔 과일야채즙이나 기름기제거한 맑은 곰국에 야채들을 푹 끓여서 채에 거른 야채곰국등 신선식품을 만들어
드리기도 한다. 영양을 맞춘 식사라고는 하나 섬유질도 부족할 거고 엄마도 신선한 다른 음식도 먹고 싶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정을 정리하고 대책을 마련하니 급한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환자를 캐어하다 보면 여러 상황이 발생하지만 이렇게 근본적인 위협을 느끼면 당황스럽고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이유식을 아직 못하는 생후 1~2개월 아기가 모유가 안 나와 분유만 먹는데 그 분유가 떨어진 거다. 그런데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빨간불이 커진다.
현재 병‧의원 경장영양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품목은 영진약품의 '하모닐란'과 JW중외제약의 '엔커버' 2종이 거의 독점하고 있으니 두 품목이 독점하는 구조 속에서는 언제든지 공급중단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두 제품의 수급이 어려우면 메디푸드(메디칼푸드에서 나오는 경관식으로 몇몇 병원에서는 이것만 취급해서 환자에게 공급한다)라도 처방해 줄 수 있냐고 병원에 문의하자 메디푸드자체를 취급을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각 병원마다 처방하는 경관식이 다르고, 그 편의성이 환자에게 있지 않고, 병원방식만을 고집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는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이니.....
이렇게 수급이 문제가 있어서 각 병원과 약국에 공문이 발송되었다고 하면 다른 방법을 한시적으로 라도 모색해야 하는 거 아닐까.....
다음날 남동생이 아침부터 부지런 떨며 왔다 갔다 하더니 하모닐란 두상자를 들고 왔다.
엔커버는 언제 배송될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내 눈에는 남동생이 개선장군으로 보인다. 우리 집은 일단 10일 식량을 확보했다. 10일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상황이 좋아지겠지.... 기대하며....
다른 집들은 괜찮나? 걱정할 여유도 부리면서.....
https://youtu.be/-xUmsxN5h2k?si=2vmEKT09km2IUx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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