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을 읽으면 담담한 어조와 반듯한 문구들로 책한권을
읽고나면 훌쩍 20여년간 세월이 흐른다.
교도소안의 선생님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봄이 되고, 여름이 오고, 가을과 겨울이
책속의 몇장사이에 오고가고,다시 계절이 시작된다. 이 책을 읽고나서 좀더
선생님에 대해 알고싶다는 생각에 책을 찾다가 '담론'을 접하게 되었다.
어떤책에 감동받으면 그 작가의 책들을 계속 찾아 읽게 되는데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
특히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중 앞부분의 청구회 이야기처럼 생생한 색체가 느껴지는
글들이 보고 싶다면 '담론'을 추천한다.
'담론'속에는 저자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독자가 확실한 가족에게 보내는 글들이기에
결코 드러낼수 없었던 다른 모습( 다투고, 싸우고, 쫒기는 생활)들을 볼수 있다.
또 검열을 통과해야 가족들에게 무사히 편지가 도달할수 있었기에 신념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수 없었지만 담론은 좀더 가까이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바로앞에서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친근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물론 한자도 거의 없다. ㅎㅎ
'" 머리 좋은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관계에 대한 고민을 책 곳곳에서 보게 된다.
우리의 삶 자체가 주로 사람과의만남으로 이루어져 있고, 갈등과 고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나 못으로 고정되어 있는듯한
교도소라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고민하고 성찰했을까
그 깊이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차가운 감옥벽에 기대어 명상을 한시간씩 하며 보냈다는 저자의
글 곳곳에서 사색과 고뇌의 흔적들은 발견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변해가는 나를 인정하지 않고 예전모습만을 찾을때 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나이들어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뱃살이 늘고, 기억력이 감퇴되는것은 통과의례중 하나이나
자기관리에 실패한것인양 지적하고, 비난한다. 관계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관계임을 양자물리학 시각으로 풀어서 설명한다
'입자이면서 파동이기도 하고 파동이면서
꿈틀대는 에너지의 끈이기도 합니다.....대상은 대상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관계는 존재의 기본 형식입니다. 불변의 독립적인 물질성 자체가 그 존립 근거를 잃고 있습니다. ..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주고 내가 그에게 달려가서 꽃이 됩니다. 꽃이 되고 안되고는 관계와 접속에 의해서 입니다.
...입술은 악기가 되기도 하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기관이 되기도 하고, 애정 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접속과 배치가 바로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개념'관계' 입니다.
'관계의 최고 형태는 입장의 동일함'에서 저자는 입장의 동일함을 계급의 의미로
좁게 읽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계급이란 생산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활을 의미한다.
우리를 지배하는 경제주의 관념때문에 그 위력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라고 주의를 준다. 오히려
계급과 경제적 조건은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이고, 사람은 빵 없이 살수 없지만
빵만으로도 살수없는 경제적 동물이 아니기에 삶은 광범위한 관계망 속에서 영위되고,
관계과 인식의 문제는 사람이 이 모든 과정의 시작이고 끝이라고 얘기한다.
관계의 최고 형태는 입장의 동일함을 휠씬 뛰어넘는 곳에 있다고 얘기한다
서로를 따뜻하게 해 주는 관계, 깨닫게 해 주고 키워주는 관계가 최고의 관계라고...
결혼을 앞둔 여인의 친구가 그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그 사람과 함께 살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야'
라는 말이 정곡을 찌르는 말이라고 했다.
모든 사회운동은 예술적이어야 하고, 수많은 악기가 함께하는 오케스트라와 같아야 한다고
표현한다. 지금 그분의 강의를 들을순 없지만 오래전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가까이 접할수 있다는것이 감사하다.
많은 시간과 고뇌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써내려간 귀한 책이자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보다 좀더 인간적인 친근감이 느껴지는 '담론'
한 인간을 이해하고 그분의 생각을 따라가며 나도 조금이나마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은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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