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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

아버지의 유산 필립 로스 아버지간병

by momhealer 2023. 12. 17.

필립 로스는 [미국의 목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로 여러 상과 책을 출간했지만 나는 [아버지의 유산]이라는

책으로 이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다. 

내 흥미를 끈것은 작가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 식당에서 식사하다가 머리를 식탁에 떨구곤) 혼자 남은

아버지가 나이들어가고 질병에 걸리자 작가인 아들이 아버지를 마지막까지 돌보며 함께 지낸 시간을 사실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쓴 자전적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호기심이 일었다. 

작가가 네살때 휴가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맨 앞이 저자, 형, 그리고 이민자로 학업을 중퇴하고 유대인으로 질퍽한 삶을 사셨던 저자의 아버지이다. 작가는 이민자신분이자 차별받는 유대인으로 학업도 제대로 못 마친 아버지가 메트로폴리탄 생명회사에서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내면서 굳어진 정치관과 종교 생활습관, 어머니에 대한 직선적인 말투등 사춘기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서먹서먹한 관계에서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아버지만 남겨진 상황에서 반대 상황이라면 

더 잘 해낼수 있겠지만 도대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얼굴반쪽이 안면마비로 내려앉았다 (작가의 표현) . 그것을 시작으로 한쪽눈마저 백내장으로 보이지 

않게 되자 검사를 하다가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풀린 안면마비라기 보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에 몇 번의 정밀검사를 받고 대형양성뇌종양이 자리 잡고 있어서 신경을 눌러 안면근육마미가 왔으며 방사선에는 영양을 받지 않는 종류로

두 번의 수술을 통해 외과적으로 제거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물론 여든여섯의 아버지는 수술이 잘못될 수도, 제거했어도

예전으로 돌아오지는 못하고, 더 나빠지는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도 더딘 회복을 잘 버텨야 가능한 삶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 나의 아버지는 그냥 여느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라는 존재에게서 미워할 모든 것을 갖추고, 사랑할 모든것을 갖춘

바로 그런 아버지였다'  양면적 감정이 존재하는 아버지가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돌봄을 받아야 하는 관계로 돌아선

그 분리선을 넘는 날을 '한 시대의  끝이고,  다른 시대의 새벽이다'라고 표현한다. 

강인한 두 다리와, 몸통으로 가정을 지탱하며 사회의 중추노동자로 열심히 삶을 살아낸 한 남자가 이제는 돌봄을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아들은 몸으로 느끼며 표현한 글이다. 돌봄을 제공해 본 사람은 돌봄 속에서 부모자식의 

관계가 순회하는 것을 경험한다. 돌봄을 받고 돌봐주고 돌봄을 받으며 세대는 또 다음세대로 이여지는 것을...

읽다가 참 우리의 유교주의 아버지상과 비슷하다고 느끼며 작가가 몇 년생인지가 궁금해졌다. 

실제로 우리 아빠버지와 비슷하다고 느낀 부분이 대화를 주로 듣기보다는 본인의 이야기를 줄줄이 연대별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지루해하거나 다른 대화로 슬쩍 물고를 돌려도, 무시하고 본인 이야기를 정말 열심히 이야기하는데 

특히 군대생활이야기와  군대동기 이야기를 할 때면 이 이야기는 몇 시간짜리인지 견적이 나온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죽은 사람과 죽어가고 있는 사람과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친구들에 관해 얘기함으로써 자신의 

암담한 현실을 생각하는데서 벗어날 수 있었다.'라는 부분에서는 더욱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동기분들하고 통화하면서 옛 동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 그 노마는 언제 어디서 어떡하다가 죽었고, 내가

그때 있었는데 장례식장에는 누가 누가 왔었고, 누구는 코빼기도 안보인 호래자식이고, 지금 누구는 병원에 누워있는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든가 누구는 지금 어떡하고 있는데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는 둥 그런 이야기들을 살벌하게 해대서 친하게 지낸 분들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었던 경험이 있다 보니 아! 그

내면에는 본인들 ( 서로이야기를 나누는)의 위안이 섞여있었나....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도 연명치료거부를 본인이 작성할 수 있는데, 표현은 다르지만 미국에도 그런 제도가 있어서 작가가 아버지의 

사인을 받는 부분이 나온다. 심장정지라던가, 자가호흡이 안될 때 등 우리랑 비슷한데, 자가섭취라는 부분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못 본 부분인데,  ' 내가 마비되었거나 입으로 영양을 섭취할 수 없을 때 비강 위 튜브를 통한 음식공급'

즉  본인이 스스로 섭취가 안되면 코로 유동식을 섭취할 수 있는 것도 임박한 사망을 앞둔 인공 생명 지원조치 가운데

구체적으로 거부하는 것 중 포함되어 있었다. 

서류들을 정리하고, 상속과 관련된 부분들도 미리 아버지에게 얘기했던 데로 아무 재산도 필요치 않다고 얘기된 부분이었으나 막상 아버지의 유산에 당연한 내 몫이 없이 다른 사람들끼리 나눠 가질 거라는 현실에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아버지와 내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허전함과 단절감을 느끼다 어느 날 아버지가 옷에 변을 싸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필사적으로 뒤처리를 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오히려 복도와 목욕탕 여기저기 변을 묻혀 놓았으나 결국 뒷정리를 감당 못해 울먹이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씻겨 드리고 뒷정리를 하며 문득 느낀다. 이것이 나의 유산이다.  살아낸 그 자체. 

결국 아버지는 몇 달 못 사시고 돌아가셨다. 마지막에는 연명치료거부를 했으나 숨쉬기 힘들어하는 아버지에게 산소 호흡기를 대기만 하면 좀 편안해 지실텐데 싶어서 인간으로서 자식으로서 갈등하는 부분이 나온다.... 

 

' 아버지는 오랫동안 정말이지 기품 있는 전투를 해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