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집에 오니 막내가 목이 아프단다. 나도 몸이 으슬으슬했기에 둘이서
전기요 깔고 테라플루 타서 각자 한잔씩 마시고 같이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녁에 막내몸이 엄청 뜨근뜨근 하다. 춥다고 계속 품 안으로 파고드는 아이를
껴안고 자다 보니 이제는 온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춥다고 한다.
이런.... 열에 오한까지..... 뭐지?
코로나인가.... 아침에 선생님께 등교 못 한다고 문자 보내고
집에 있는 코로나 키트기로 검사를 했는데 코로나가 아니다.....
이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도 못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를 다독여
근처 병원으로 갔다. 독감 검사를 해보자는 말에 독감 검사를 했더니
A형 독감이라고 한다. 아이는 열이 39.4부.
효과가 빠르지만 보험은 안된다는 A형 독감 링거와 해열제, 영양제를 30여분 정도
맞고 나니 울면서 들어갔던 병원에서 나올 땐 열만 내려도 살 것 같다며 입꼬리를 슬며시 올린다.
아무래도 나도 걸릴 듯해서 나는 약만 받아서 왔다.
전염성이 강해서 5일 격리를 요하는 전염병이었으나 치료제가 좋아져서
격리가 권고사항으로 변했다고 하지만 담임선생님도 5일 후 등교하라고 권하고
집에 오자마자 집안식구들과 격리부터 했다.
나와 아이도 각각 격리하고.... 링거와 해열제를 맞은 아이는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으나 나는 서서히 더 아프더니 급기야 전세가 역전돼서 아이가
엄마! 이제 내가 엄마 간병해 줄게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 3일을 아이 밥 챙겨 줄 때만 일어나 있고, 대부분 누워서 앓으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왜 이리 안 가는지.... 모든 감기가 어느 정도 아프고 나야 낫는 것처럼 아픈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넷플렉스와 유튜브에 하루시간들을 맡기길 며칠......
삼일정도 지나자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다. 목도 좀 덜 아프고 열감도 좀 사라지고
문득 책장에 꽂혀잇는 청소부 밥이라는 책이 들어왔다.
한 십여 년 전에 읽은 책인 듯한데... 책을 펼치고
바로 한 번에 다 읽었다.
첫 장부터 우리 모두가 익숙한 상황이기에 몰입도가 강한 책이다.
힘든 직장생활, 방향감각을 잃은 삶의 목적지, 바깥일과 집안일과의 분배사이의
괴리감,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거운 삶의 짐, 행복하지 않은 현재
이 모든 것에 밥의 6가지 삶의 원칙 이야기가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살포시 퍼즐조각 맞추듯이 이야기한다.
첫 번째 지침 :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두 번째 지침 :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세 번째 지침 :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네 번째 지침 : 배운 것을 전달하라.
다섯 번째 지침 :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여섯 번째 지침 :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
밥은 첫 번째 모임 후 다소 나아진 상태로 두 번째 모임에 더욱 기대에 차서 기다리고 있던 로저에게
말한다. 여섯 가지 지침들은 곧바로 약효를 나타내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서만 서서히 변화를 일으킨다고,
그렇지. 책 한 권 읽는다고 내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고, 한 번의 감명으로
인생이 쭈욱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
" 단기적인 변화나 성과에 너무 집착해선 안 된다는 거죠. 그런 작은 것들에 연연하다 보면,
일이 조금만 잘못돼도 금세 뭔가를 탓하게 됩니다. 안 좋은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진리를 인정하기보다는
지침이 엉터리라고 생각해 원망하거나 주변 상황을 탓할 수도 있습니다..... 지침들은
하루하루 겪게 되는 표면적인 사건 자체보다는 삶의 근본적인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들이거든요"
다섯 번째 지침인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는 내용은 인간의 활동을 크게
투자가 될 수 있는 활동과 단순한 소비활동으로 나누면 자기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시간, 돈, 재능 등을 그냥 써버리기만 하지만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은 사람들은
그 목적에 삶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얘기한다. 그 목적은 종교가 있는 사람은
숭고한 신의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비종교인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에 대한
대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방향을 바로잡고서 올바른 목적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으면서 말이야."
몸이 나보다 먼저 회복된 아이가 내일부터는 내가 엄마를 돌봐주겠다고 얘기하더니
어제저녁 유튜브를 봤는지 아침부터 야채들을 찾고 주방에서는 듣기 좋은 움직임의 소리가 들려온다.
풍겨오는 냄새도 그럴듯하더니 야채죽을 끓여서 가져왔다.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일을 그저 가족의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가족을 짐이라고 생각한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도 내가 아프거나 힘들 땐
왜 이 고생을 하나 싶고, 직장 다니기도 싫어진다. 그래도 다녀야 하는 이유를
딸린 식구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면 이 고생을 몰라주는 듯한 가족을 탓하게 된다.
"일을 그저 가족의 생계를 위한 수단쯤으로 생각하니 일하는 게 즐거울 리가 있겠나? 기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 일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일은 물론이고 가정생활도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거지. 일이 힘들 때마다 당연히 가족을 탓하게 될 거고...."
그래서 밥은 간단하게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가족은 짐이 아닌 축복으로 생각하기로.....
생각을 바꿨더니 식구들과 있는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졌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니 진짜 일하는 목적도 찾았다고 경험이야기를 한다.
궁금하지요? 일의 목적.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맞는 말씀.
가족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의 목적과 일의 의미를 찾아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길 때 내 가족도 지킬 수 있다. 무엇보다 소중한 내 가족과 그 인연들을 감사하자.
주방에서 아이가 흥얼거리며 설거지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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