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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50대 독서

by momhealer 2023. 12. 13.

 

이번에 독서토론책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자는 의견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펼쳐보게 된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은 2018년도 30주년 기념으로 다시 재판(再版)한 책으로 

내가 20대에 보았던 책보다 더 두꺼웠다.

찾아보니 내가 20대 때 보았던 책은 88년도 출판으로 선생님이 20년 징역살이 후 출소하실 때 나왔던 책이었고,

지인들에게 부쳤던 글과 그림엽서들을 모아 출판된 영인본이 두번째. 그리고 두책을 모아서 한데 엮은 확장본이

3번째. 2013년도 영인본 엽서책이 4번째, 그리고 30주년 2018년도 출판물이 5번째 재 출판된 책이다.

책이 좋으니 계속 출판이 되고, 50대가 되어서 다시 선생님의  증보판책을  보게되다니 설렌다.

 

증보판 맨 앞부분에는 육군교도소 시절의 글들이 실려 있다.

신영복( 1941~2016) 선생님이 육군사관학교에서 교관으로 경제학을 가르치던 1968년도 통일혁명당

(통혁당사건- 1968년 박정희정부시절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지하당조직사건이다. 158명이 검거되어

50명의 구속자를 낸 1960년대 최대의 공안 사건으로 김종태를 비롯한 주범들은 사형을 언도받았다)

사건으로 투옥되어 사형수로 재판을 받던 시절에 남한산성 아래 육군교도소에서 사형수로 지내면서

내가 살면서 빛 진 것은 없나 돌아보다 '청구회'아이들과 매달 한 번씩 만났었는데 투옥 후 연락도 못하고,

자신을 기다릴 아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청구회'아이들과의 추억을 적은 수필 같은 아름다운 글이 들어

있었다. 투옥되기 전 28살의 청년 신영복의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 청구회아이들과의 몇 년에 걸친

교류가 따스함으로 다가온 글이다. 이 글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형이 확정되면서 이감을 하게 되자

그동안 하루 2장씩 받던 일명 '똥종이'를 아껴서 이 종이에 쓴 글들로 이감할 때 가져갈 수 없어서 헌병에게

슬쩍 건네주며 갖던, 버리던, 우리 집에 보내주던 마음대로 하라고 준 종이라고 한다.

신영복 선생님도 잊고 있다가 88년도에 출옥 이후 결혼하게 되어서 이삿짐 정리를 하다 발견해서  아버님께

여쭤보니 한 헌병이 와서 전해주고 갔다고 한다. 그 후 책이 재출판되면서 맨 앞부분에 실리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이름 모를 그 헌병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이러한 속 내용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와 있지는 않으나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청구회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따로 찾아서 읽다가 알게 되었다.

(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은 묵직한 수도승 같은 신영복선생님과의 만남이라면  '담론'은 푸근하고 따스한

또 다른 느낌의 신영복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두 번에 걸쳐서 읽기로 하고 처음은  200페이지까지 읽기로 했는데, 처음 육군교도소와 안양교도소 그리고

가장 오래 머물렀던 대전교도소에서 1980년 12월까지의 글이니 30대 후반 12년 교도소 생활의 글들이다. 

아버님에게 보내는 글들은 한문이 많아서 단어를 찾아가며 읽어야 그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헤아리며 읽을 수

있었고 어머니, 형수님, 계수 씨 누님들 조카에게 까지 다정다감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독서토론 때 글말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글씨도 하물며 그림까지도 어쩜 이렇게 잘 그리냐고 얘기하자  다른 분이

생긴 모습도 잘생겼다고 얘기해서 웃었는데 나중에 신영복선생님의 동영상 강의가 있어서 듣다 보니

유머감각에 목소리까지 좋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분이셨다. 

 

책 속에서 감옥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아니라 하하 동동(夏夏冬冬)이라고 금방 더위를 걱정했다 금방 추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77년 선생님의 옥살이가 좀 승격? 되고 나서야 면회도 한 달에 4번, 편지도 한달에

1번에서 4번으로 바뀌었으니 책 속의 계절은 금방 바뀐다. 날씨에 관한 이야기 중 높은 감옥담 밖의 세상은 

봄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가 견학을 나갔는데  따사로운 봄이 아니라 당황했다는 이야기와 겨울나무에

관한 담담한 단상과 좁은 창으로 들어오는 신문지 크기의 햇살에 대한 이야기들도 그림처럼 마음에 그려진다.

또 새벽녘에 두 번에 걸쳐 들려오는 종소리에 대한 표현으로 첫 번째 종소리는 어느 절에서 들려오는 범종소리인데

쇳소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나직한 음성인 듯 끊일 듯 끊일 듯하는 여운의 종소리에서 부동의 수도자를 연상된다고

하고 한동안 지난 후 들리는 교회의 종소리는 정적을 휘져어 놓는 손목시계를 보며 종을 치는 수위의 바쁜 동작이

보인다고 표현하셨는데, 귀에서 그 종소리의 차이가 들리는 듯 연상되었다. 

인간은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도 실천과 행동에 대한 확고한 신념도 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 긴 감옥살이를 선생님 혼자만 한 것은 아니구나 느껴지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옥바라지도 이번에 읽으면서

새삼 눈길이 갔다. 젊은 아들이 무기징역으로 옥살이를 하는데 어느 부모가 온전히 살아갈 수 있으랴. 그럼에도

늘 걱정뿐인 아버님의 편지에 대해 슬픔과 걱정뿐인 편지는 이제 그만 아버지의 일상적인 이야기나 관심사에 대한

편지를 받고 싶다고 편지를 보낸 선생님의 마음도 돋보기안경을 받고 40대에 쓰는 거라 40 경이라 불리는 안경을 

구해서 보내는 아버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편지에서 불효자일 수밖에 없는 선생님의 마음이 엿보였다. 

 

상추를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상추가 자랄 때 아랫잎들은 자꾸 따주고, 솎아주어야 대가 든든해지고 잘 자라는 것을.

'10년. 저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것을 버렸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버린다는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단어도 정리하고 마음에 꽂히는 문장들도 따라 적으며 사람에게서

묵직한 향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https://youtu.be/03L2g-ikTVE?si=tpL6QsfsWGWzgyRX

- 북 콘서트 신영복선생님의 마지막강의 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