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은 도끼

웃음의 힘 반칠환 가을 시집과 함께

by momhealer 2023. 10. 27.

 

어제 남동생이 이틀간 서해안에 가서 낚시를 하고 왔다. 

80센티미터 송어를 낚아서 회를 쳐오고, 싱싱한 게 10Kg, 주꾸미 등 해물잔치를

벌린다고 저녁에 다들 한자리에 불러들였다. 

실은 늦게 남동생이 와서 다들 배가 부른 상태인데 남동생이 싱싱할때 먹어야 한다고 

우겨서 맛만보자 하는 마음으로 갔다. 우리 집은 먹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맛있고, 건강하고 특별한 음식이 생기면 늘 한자리에 모여서 웅성웅성 시끌벅적

거리며 먹는것이 가풍(?)이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맛이 덜하다..

 

게는 삶고, 쭈꾸미는 데치고, 회는 그대로 접시에 담았다.

와우~~ 회는 큼직큼직 썰어서 씹는 맛이 일품이고

주꾸미와 갑오징어는 쫄깃쫄깃하고

게는 음~~~ 살이 꽉 찬 데다가 달달해서 우리가 배부른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열손가락을 빨아가며 발라 먹었다. 

게를 발라 먹으며 요즘 읽고 있던 반칠환 씨의 인상 깊은 시를 얘기했다.

" 우리나라에 반氏가 드물잖아. 반기문총장이 반氏였지. 시인 이름이 반칠환인데

우리랑 동시대를 살아온 시인이야. 이분이 쓴 시중에 딱 세 줄짜리 시가 있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사람이 노래하자

제초제가 씨익 웃는다.

 

라는 시야....ㅎㅎ 재밌지? 우리 나이대인데 이런 센스와 해학으로 시를 쓰다니

반했어 "

라고 말을 꺼냈다. 남동생은 반氏에 이어 ;'천방지축마동피' 성氏 이야기를 이어가고

다들 각 성(姓)으로 된 유명한 사람들 이름들을 소환하며 얘기하는데 큰언니가

"근데.... 그게 무슨 뜻이야?" 조용한 틈을 타 슬쩍 물어본다

" 앵?"

" 아니 왜 그 시가 웃겨? 왜 웃기는데?" 진짜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어본다

ㅍㅎㅎ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인간이 자기만 편리하겠다고 모든 생명체를 싸악 죽이자나

제초제가 얼마나 가소롭겠어. 다들 한 마디씩 한다.

" 아~~~ 그런 거야.."

".......ㅠㅎㅎ"

큰언니랑 반칠환시인은 동갑이다. 가끔씩 우리는 식구지만 서로의 낯선 부분을 만나게

되면 놀리고, 재미있어하고 나이 듦을 실감하곤 한다.

이 시집 속에서 나는 같은 세상을 또 다른 눈으로 보는 시인의 시선이 재미있어 말하는데

그게 뭐? 왜? 하는 우리 언니가 또 웃기고 재미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시인의 눈에 포착되는 시점을 반칠환시인만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피식피식 웃는다. 다음번엔 무슨 시를 읊어줄까?... 

 

어떤 기도

 

제단에 돼지머리를 바치며 빈다.

아무도 아무를 해치지 않는 세상 되게 하옵소서

 

이 시도 언니에게 알려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