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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신 부모님과 잘 살고 있습니다.

셕션환자 간병 재가환자 돌보기

by momhealer 2023. 12. 14.

1시 반, 4시, 7시

이 시간은 새벽녘 엄마 자세변경하는 시간이다. 

저녁시간대라고 석션 (스스로 가래를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 기관절개 후 관을 통해 카테터로 기관절개관흡입을 진행

하는데 이를 석션이라 한다)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벽시간에 석션 횟수가 많아지기에 엄마옆에는 늘 간병인이

있어야 하고, 잠자는 시간대에도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의 자세변경은 물론, 기저귀도 2~3번 갈아야 하기에 엄마옆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석션환자를 간병하는 분들은 너무나 공감하는 부분으로 잠자는 시간대에 

석션이라도 줄면 그나마 다음날까지 버틸 만 하지만 평소보다도 석션이 더 많은 날에는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게 된다.

잠이 들만하면 크르릉 가래 끓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고, 자세변경이나 기저귀를 갈아야 하면 2~30여분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환자의 몸을 돌려가며 힘쓰고 정리해야 하니 잠은 다시 달아난다. 그래도 내일을 위해 달아난 잠을 불러들이려

두 눈 꼭 감고 잠자리에 등을 붙이고 잠들려고 하는데 의식의 저 멀리서 다시 쿠르릉 크르릉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엄마~~~ 자는 시간이야"  엄마에게 화도 내고, 짜증도 내다 아예 잠자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오늘은 내가 엄마옆에서 자는 날

1시 반에 옆으로 자세변경하며 등받이에 삼각자세변환용구로 받치고, 다리 사이에는 폭신한 네모베개와 위로 올라온 발목과 발바닥에는 툭 떨어지지 않게 좀 작은 네모베개를 괴어 자세를 잡는다. 옆으로 누울 때는 소변이  잘 샐 수 있기에

기저귀도 큰 기저귀와 중간기저귀 2개를 더 보강해서 새는 곳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양이 많거나 틈새가 있으면 입고 있는 옷과 침대시트와 침대보까지 어마무시한 전방위전으로 번질 수 있으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간병의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방수시트를 깔고, 기저귀팬티를 입히고 어떤 분들은 기저귀팬티 안에 중간기저귀까지

두세 겹으로 채우고 환자를 재우는 것도 보았으나 짓누르기 쉬운 부분이라 우리는 팬티기저귀는 채우지 않고 열어놓은 상태에서 기저귀를 관리한다. 방수시트도 면이 아니기에 피부가 숨 쉴 수가 없고, 한번 젖으면 흡수력이 약해서 다른 곳으로

번지지는 않으나 환자피부에 오래 접촉할 경우 짓무르기 쉽다.

그래서 절충한 부분이 침대시트와 침대보 사이에 방수시트를 넓게 깔아 유사시 침대시트만 갈면 될 수 있게 하였다.

물론 침대보 자체는 방수침대보라 침대매트리스는 마지노선으로 방어막을 두었다.

아마 모든 재가환자를 간병하는 분들은  환자만의 독특한 이력과 이벤트들을 가지고 있기에 간병도 환자 본인에게 최적화된 간병방법과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엄마는 유독 피부가 뽀얗고 고와서 딸들 피부보다도 더 이쁘지만 신은 강인함까지는 주지 않으셨다. 엄마피부는 유독 약해서 툭하면 피부발진이나 잘 짓물러서 처음 기저귀 사용할 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금은 물티슈도 안 쓰고, 물을 사용하여 씻고 습기는 꼭 제거하고 기저귀도 펼쳐 놓는다. 

"엄마~~ 이제 졸리네.. 나 좀 잘 거니까 엄마도 푹 자자~~"

새벽 5시가 넘어서 엄마옆에 누웠다. 약하게 미등만 켜놓았는데도 자는 시간을 훌쩍 넘기도 했고, 자세변경하느라

움직였더니 피곤해서 눈은 따가운데 쉬 잠이 오지는 않는다.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며 피곤의 끄트머리를 잡아당겨

이불 삼아 자려는데 크르릉 ~~ 크르릉 가래소리가 들린다.

"으~~~ 엄마....." 몸을 일으켜 불을 밝혀 석션을 하고 느린 동작으로 다시 등을 붙인다.

어렴풋이 잠 속으로 빠지려는데 또 들려오는 크르릉 크르릉 큭~큭~~ 

그러기를 몇 번 되풀이하니 창밖이 뿌옇게 밝아오며 새들의 부지런한 소리가 들린다. 

아..... 이런날은 아침간병도 의무적인 움직임으로 준비한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시는 12시 반까지는 버터야 한다.

제발 석션이라도 좀 줄면 잠이라도 편히잘수 있으련만 못내 피곤함을 끊어내지 못하고 무력하고 몽롱하게 엄마의 아침식사준비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