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의료 행위와 호스피스 캐어의 차이점에 대해 나는 그 경계가 모호하고 애매했다.
그러다 그 차이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호스피스 간호사가 말한 글을 읽게 되었는데 책 제목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다.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호스피스 캐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호스피스 서비스 담당 간호사인 크리드에 따르면 치료하느냐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의 의료 행위는 생명 연장에 목적을 두고 있다. 지금 당장은 수술, 화학요법, 중환자실 입원등으로
삶의 질을 희생하게 되더라도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으면 그렇게 한다.
호스피스 케어는 간호사, 의사, 성직자, 사회복지사 등을 동원해서 치명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현재의
삶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질환이 말기에 이르렀다면 불편함과 통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고, 가능한 한 오래 의식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가끔은 가족과 외출할 수 있게 돕는 것과 같은 목적에 초점을 맞춘다.
크리드에 의하면
"호스피스로 오는 사람들 중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사람은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 어떻게 죽을것인가 中/ 아툴 가완디 -
이 책은 질병이나 노화로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되면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현대 의학의
발전과정에서 놓친 부분들, 인간은 삶의 목적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잃은 상태에서 안전과 보호만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의 노인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이다.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결국 우리는 또 언젠가 내려놓아야 하는 시기가 온다.
그렇다면 아주 어려운 질문.
고치려 애써야 할 때는 언제이고, 그러지 말아햐 할 때는 언제일까?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부모님을 황망히 모시고 119타고 정신없이 응급실에 갔더니 의사가
'바로 수술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수술 후에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살기는 힘드십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물론 드라마속 대사 같지만 현실에서 직접 마주할 수도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이런 상황을 자식이 선택해야 되는 순간에 마주하게 되면 대부분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그 희망의
끈을 잡게 될것이다. 그다음 인 고비를 넘긴 후 고민해야 할 일로 미루고 아니 그럴 정신도 없이 일단 생명연장에
매달리게 된다.
평상시 죽음에 대해, 현대의학에 대해 나름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막상 내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사여탈이 내 결정으로 이루어 진다면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어떻게 의학적 긴 투쟁에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대해 미리 생각해 놓고 알려놔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고통스런 선택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병원에 오래 있다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의료행위과 간병과 간호가 이루어지는 병원생활에서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환자 본인과 소통하기 보다 간병인이나 보호자에게 전달하는 의료진모습이나 환자가 불편함을
이야기해도 관리의 편함만을 고집하는 간병의 태도에서 환자의 의견과 결정이 무시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특히 현대의학은 오랜 의학적 투쟁을 벌인 끝에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 의식이 없어지고 신체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각 기관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것일까?
다음 주면 아빠가 돌아가신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위암 발병후 6개월 정도를 사셨는데, 몸무게가 평소에는 70K대를 유지하셨다가, 마지막에는 40K대 까지 빠졌다.
거의 음식을 드시지 못했고, 손에는 물통이 주어져 있었으나 넘기는 것이 힘들어 입술만 적실수 있었다.
어느 날 막내 손녀가 방문해서 힘없이 소파에 앉아있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쓰다듬으면서
'할아버지 뭐 필요한거 있어요? '라고 물으니
'물이나 실컷 먹을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마지막으로 향하는 모습은 보는 가족들도 고통스러웠으나
아버지가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 하셨고, 우리도 아버지뜻대로 해드리고 싶어서 용기를 내었다.
집에 계시면서 몇번 응급실로, 또 병원신세를 진적도 있었으나 기운 차리시면 다시 집으로 오시곤 하셨다.
그러다 나중에는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몰핀을 쓸 수 있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들어가셨는데,
그곳에서 통증은 줄일수 있었겠으나 그곳은 아버지에게 낯선 공간이었고, 간병만을 위한 규칙과 규율대로 따라야
하는 곳이였다.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아오고, 어떤 생활을 원하는지는 관심도 없었고, 단지 마지막을 향한 고통 없는 시간연장이 우선이었다. 첫 면회날 우리가 겨우 30분 남짓인 면회시간이 끝나서 가려고 일어서자 힘없이 침대에 누워서
초점 없이 멍하니 계시던 아버지가 인사를 하는 우리 손을 잡고 '나 좀 부축해 달라'라고 하시며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키려
하셨다. 처음에는 침대에 기대시려고 하나 했는데 집에 같이 가려고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하시는 거였다. 직원들이
위험하다고 말리는데도 기력없는 분이 어찌 그런 힘이 생기셨는지 우리 팔을 꼭 붙잡고, 물기찬 흐릿한 눈으로
'집에 가고 싶다'고 안 나오는 목소리 대신 쳐다보시던 그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고 마지막 말씀이셨다.
고통으로 괴로워 하시다 마지막을 힘들게 넘기지는 않을까 그럴 때 의학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집에서 해 들릴 게 없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선뜻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지 못했던 그 순간을 돌아가신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후회가 된다. 어떻게 죽을것인지 그 마지막까지 자신의 가치있는 삶을 살다가 죽을 수 있는 삶의 형태가 부재하다.
책에서 처럼 호스피스병원에 있다가 외출이 허용되기라도 한다면, 또는 잠시 집에 갔다 올 수 있다면,
호스피스병동이 흰색에 병원침대만 있는 풍경이 아니라 좀더 집 같은 느낌의 공간에 면회가 자유롭다면,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의사왕진이 가능하다면......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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