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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신 부모님과 잘 살고 있습니다.

삶의 질은 당신이 받는 돌봄의 질만큼 높아진다. 아파야 보이는것들

by momhealer 2023. 12. 2.

 

나름 유행과 상관없이 나만의 스타일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알았다. 나도 유행에 나름 민감하구나....

간간이 병원에 독감환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하고, A형 독감이 유행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어느 날 목이 아프다며 하교한 딸아이의 말에도 몸이 찌뿌둥했던 나도 같이 씻고, 약 먹고, 일찍 같이 

잠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우리는 상관없다 여겼던 유행의 길에 들어서고 있었다.

밤새 뜨끈뜨끈한 고열과 오한과 목따가움과 몸살....

딸아이의 몸상태는 심상치 않았다. 등교는 힘드니 일단 선생님께 알려드리고

아픈 딸아이를 살살달래 코로나키트기로 검사를 했는데 음성.

코로나가 아니면....... 가까운 내과로 가서 증상을 말하니 독감검사를 진행한다.

코로나와 같이 솜뭉치를 콧속 깊이 찔러 넣어서 검사를 하는데

바로 확인이 된다. 검사결과는 A형 독감. 이런.....

의사 선생님이 독감 중 제일 독성이 강하고 아픈 것이 A형 독감이고 빨리 잡아야지

자칫하면 폐렴까지 갈수있는 위험한 바이러스라고 한다. 

치료방법은 두가지 인데, 하나는 약으로 복용하는 방법인데 5일 복용하며 서서히 좋아진다고 하고,

다른 방법은 링거로 A형 독감주사(타미플루수액)와 해열제를 같이 맞고 나면 바로 열도 내리고,

몸도 좋아지지만 보험처리는 안된다고 선택하라고 한다. 

열은 39.4부로 딸아이는 너무 힘들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바로 침대로 가서 링켈을 맞기로 했다. 독감주사와 해열제와 영양제.

한 30여분에 걸쳐 맞는데 맞는 동안 열이 서서히 내리니 딸아이가 편안해하는 것이 눈이 보인다.

(비용은 240,000정도 나왔다)

 

A형 독감은 전염성이 무척 강하기에 학교선생님도 5일 후 학교 오는 것을 권하신다.

A형 독감은 법정전염병 4급에 해당하며 이는 현제 코로나와 같은 수준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인한
호흡기질환으로 예전에는 5일격리가 필수였으나 코로나와 같이 격리권고로 되어 있습니다.  감기증상과 비슷하나
A형 독감은 고열로 39~40도까지 오릅니다. 

 

집에 오자마자 딸아이를 제일 따뜻한 방으로 격리시키고, 나도 옆방에서 각각 격리에 들어갔다. 

나는 입맛이 없지만 딸아이는 뭐라도 먹여야 할듯해서 끼니때마다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해서 넣어주었다. 링겔을 맞고 온 날부터

딸아이는 확실이 좋아지더니 식판을 받을 때마다 우와~~ 감탄을 하며

엄마도 아픈데 고맙다며 행복하게 맛있게 먹었다. 

3일째 되는날 나는 몸이 더 안 좋아져서 콜록거리며 뒤척이고 힘들어하자

"엄마, 이제는 내가 엄마를 보살피는게 맞는 거 같아. 난 이제 안 아파. 내일식사는 내가

챙겨줄게~~" 하더니 첫끼는 야채죽,  점심은 신선한 채소에 간장비빔밥,

저녁은 간단히 계란 듬뿍 김밥을 준비해 챙겨주며 뭐 필요한 거 없는지

몸은 괜찮은지 꼼꼼히 챙겨준다.

누워서 주방에서 들려오는 잔소음들을 들으니 그 어떤 음악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고소한 냄새도 나고, 꽤 맛있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돌봄에 대해 생각한다. 

아~~~ 돌봄을 받은 느낌을 보리는 나름대로 나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거구나. 

딸아이를 보며 약으로 치유 안 되는 내 마음속 알지 못했던 깊은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잘 안 쓰는 단어들도 떠오르고 궁휼, 자비, 보살심 등등 마음속 따스함과 행복,

그리고 인간애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내 눈을 쳐다보며 나의 안부를 묻고,

가벼운 접촉으로도 잠깐의 느낌과 교감을 나눌 수 있고,

잠깐씩 시간을 내서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어봐 주는 것 만으로

나는 격리되어 있었지만, 아니 딸 하고 나는 격리되어 있었지만

 아픈 시간을 서로 돌봐주고 돌봄을 받으면서 더 끈끈해지고 더 필요한 관계로

서로의 애정과 관심을 받으며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제임스 굿윈박사의 '건강의 뇌과학(날마다 젊어지는 뇌의 비밀)'이란 책에는 

'사회적 고립은 하루에 담배를 15개 배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이 부분에 마음에 꽂혔다. 

나이 드신 부모님과 살아본 자녀들은 알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우리 부모님이 나이가 드셨다고

확 느껴진 것이 하릴없이 우두커니 계실 때라는 것을... 무언가 의지를 가지고 하시는 것을

부모님을 위한다고 일하지 말라고 가만히 있으시라고 말리고 말리다 어느 날 진짜 아무런 의지도

표정도 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멀건히 먼 곳에 시선을 던지고 계시는 모습에서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슬픔이 엄습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행복은 내가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을

목적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길 때 느껴지는 감정이라고 한다. 사회적 고립이 나이를 불문하고

건강에 해로운 것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하루에 담배를

15개 배 피우는 것으로 비유를 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부모님에게 그냥 앉아서 쉬고 계셔라라고

말한 것은 부모님 입장에서 말한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이 편하고자, 그냥 내입장에서

말한 것밖에는 안 되는 것이었고, 부모님을 사회에서 가정에서도 고립시키는 일이었다.

 

돌봄은 많은 감정과 행동들이 연결된 사회언어이고 수직관계에 놓일 수 있는 조심스러운 관계이다.

돌봄을 행하는 입장에서는 돌보기 편하기 위해 돌봄을 받는 사람의 행동을 

제약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 아주 가까운 사이에는 그런 행동의 잘잘못이  즉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피해를 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돌봄에 대해

고민하고 돌봄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돌봄 인 나이 들었을 때를 대비한 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