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고,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
월리엄 어니스트/ 1888/ '굴하지 않으리' 시中
생명을 지켜내는 일이 어찌 고되고 힘들지 않을까
힘든 일을 겪을 때 우리는 더 뭉치거나, 관계가 더 악화되거나 혹은 잘 뭉치다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를 미워하거나 또는 서로 미워하고 비난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응어리가 풀리고 관계가 돈독해 지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과정이야 다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을 시절을 만들어 가는데 각자의 위치에서
같이 동참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점이다.
처음 엄마가 쓰러지시고, 의식없는 상태( 병원에서 의식이 없다는 것은
이름을 물으면 이름을 말하고, 계절을 물으면 계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의미)
로 2년여 재활치료를 받으시다가, 집으로 강력하게 모시자고 이야기한 큰언니의 의견에
따라 매장도 정리하고, 나는 회사도 관두고, 사는집도 옮기면서 전학도 하게 되고,
생전처음 경기도 광주에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3여년이 지난 지금
주 간병인인 둘째언니는 밤새 석션을 해야 하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일주일에 두번. 저녁 6시부터 다음날 12시 반 (간병선생님 오는 시간)까지 내가
교대해 주는 날을 빼면 5일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나마 12시 반에서 4시 반까지 간병선생님이 봐주시고, 그외 시간은 둘째 언니가 엄마를
돌보며 일요일은 간병선생님도 안오시니 하루종일 언니가 엄마를 주로 돌본다.
중간중간 다른식구들이 봐주기도 하고, 목욕은 막내 동생이 전담으로 해주고,
또 엄마가 석션안해도 되는 조용한 시간대도 있지만
내 시간을 내 의지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은 언니의 삶에 너무 많은 짐을 지어준 듯하여
늘 마음이 쓰인다.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다른 식구들이 저녁교대를 해주면 둘째 언니가 일주일에
삼일만 자도 되는데... 그럼 사일은 푹 잘 수 있을 거고 요즘 들어 깜박깜박하는 것도
심하고 늘 뭔가를 찾고, 허둥대는 습관도 줄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오늘 큰언니와 같이 움직이는 차 안.
"...... 자라고 해도 안 자고, 뭘 계속하는지 왔다 갔다 하고, 어쩔 수 없어 걔는.....
본인이 못 맡기니 어제 한시(01)쯤 나도 다음날 일이 있으니 그냥 올라가 잤어...."
" 개 그러다 치매 걸리면 누가 돌봐주니.... 어디다 맡기냐....."
음식을 못 하는 사람에게 중요하고 비싼 재료를 혼자 만들라고 맡기기 힘들듯이
꼼짝 못하는 엄마를 몇 시간 안 맡기는데, 엄마방에 있지 않고, 다른 일 하는 시간으로
쓰며 교대할 때 보면 몇 시간째 같은 자세로 있는 엄마를 보거나 기저귀가 젖어있는 것이
다반사인 큰언니 입에서 존중해주지는 못할망정 비난의 목소리를 들으며
여러 생각이 올라온다.
가족이 같이 뭉쳐 있을 때 우리는 상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인정을 해주는
것에 특히 약하다. 또한 내가 못하는 것은 더군다나 상대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이 본성에 가깝다.
그래서 타인에게는 빈말이라도 하는데, 가족은 그 빈말도 안 하니 참 어려운 관계이다.
아프신 부모님과 부모님을 모시는데 각자의 시간배분과 경제적 배분을 놓고 각 가정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결정하고, 받아들인 건지
내 결정이 먼저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내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고, 힘들어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며,
시련이 또 다른 씨앗으로 남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둘째 언니는 신념이 강한 사람이다.
"엄마는 내가 책임질 거야. 내가 돌봐 드릴 거야!" 본인이 스스로 결심하고
선언했기에 우리도 거기에 맞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5년여를 지나오며 변치 않는 그 신념이 언니를 갑갑해 보이게도 하고, 융통성 없다
생각하게 할 수도 있지만, 생명을 지키는 일에 그 정도 강직함과 신념이 없었다면
지금의 엄마도 계시기 힘드셨으리라.
본인의 운명의 주인이자, 선장인 둘째 언니를 보며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보낸다.
오늘 나는 나의 결정에 따라 엄마를 돌봐드리러 엄마에게 간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결정이 아니라,
내가 결정한 오늘의 내 시간에 감사한다.
바늘방석은 바늘을 쓰지 아니할때 꽃아 두는 물건으로,
사각 또는 원형으로 주로 만들어 사용한다.
천연염색 명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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