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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신 부모님과 잘 살고 있습니다.

가정은 하루아침에 무너질수 있다.

by momhealer 2023. 9. 28.

엄마가 쓰러지셨다.

출근준비를 하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빨리 와보라고.... 엄마가 이상하다고...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다녀온 엄마는 언니를 부르며 이상하다고, 어지럽다고 하시더니

의자에 앉다 어어~~ 하시며 바닥으로 스르르 쓰러지셨다 한다.

119가 오고 엄마를 황급히 언니가 따라나서고, 난 좀 서 있었던 거 같다.

"의식은 있으신가요?"

"아뇨. 정신을 못 차리세요"

쓰러진 경위를 설명하고... 몇가지 더 물어본 거 같은데 머리가 멍 하다.

현실감 없는 부유감으로 출근준비를 했다.

'언제쯤 집에 오시려나.... 언니는 괜찮나....' 전철에서 그런 생각을 한듯하다.

회사에 도착하고 업무준비를 하는데 언니가 전화가 왔다.

"울 엄마 뇌출혈이래. 당장 수술 들어가야 한대. 25분 안에 결정하래. 안 하면 95% 가망 없다고...."

언니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부유감에 붕 떠있던 뇌가 현실감이 들었다.

 

25분 안에 결정하라고...

 

엄마는 늘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난 수술 안 한다. 무슨 일 있으면 절대 수술 안 하고, 그냥 깨끗이 가련다.

워낙 주사위와 병원을 싫어하시기도 했고, 친할아버지가 육이오 전쟁 이후 일찍 돌아가시고, 친 할 어미는

중풍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시고, 하나뿐인 삼촌은 환갑도 되기 전에 위암으로 수술 후 돌아가시고, 우리가

보지 못한 엄마의 동생은 엄마 학창 시절에 돌아가셔서, 엄마는 늘 외가가 환갑을 못 넘겨서 엄마도 

환갑을 못 넘길 거라 말씀 하셨다. 

우리는 종종 환갑도 못넘길거라 진담반, 협박반으로 말씀하시던 엄마를 칠순이 넘긴 후부턴

놀리곤 했다.

 

"엄마가 수술은 절대 안 한다고 했는데...."

"흐흑... 그럼 95% 가망이 없으시대.... 빨리 결정해야 한대.. 수술해도 의식이 돌아온다고 장담은 못한대.

나 무서워... 흐흑"

" 경일이는 뭐래? 아빠랑 언니랑은 통화했어? 일단 난 빨리 출발할게.. 쫌만 기다려.."

 

언니를 혼자 보냈다는 죄책감과 밀려오는 두려움에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25분 안에 생명의 결정권을 협박당하는 느낌. 분명 엄마가 의식이 있다면

엄마는 싫어할 텐데.... 근데 어떻게 엄마를 보내드려.... 수술은 해봐야지....

우리 욕심인가? 아니 정말 엄마가 싫어할까?

온갖 생각이 정리되지 못하고 떠돌고 있었다. 다행히 내 선에서 정리되지 않은 사이

아빠와 남동생, 큰언니는 수술로 가닥을 잡았고, 내가 도착했을 때는 엄마는 수술 중이 셨다.

 

5년 전 2018년 9월 7일. 

두개 내상처가 없는 외사성 경막하출혈( 급성 )

 

엄마의 인생에 커다란 이변의 시작이었고, 우리 가족들의 또 다른 세상이 그렇게 시작되었다.